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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뢰찾기와 인간승리

· 댓글개 · potatochip

어떤 지뢰찾기와 인간승리



10일쯤 전, 한가로이 디아 앵벌을 하고 있던 저는

우연히 그녀가 보내준 한개의 파일때문에 그 이후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Csweeper(Couple sweeper).exe


겉보기엔 지뢰 대신에 하트가 표시된다는것 빼고는 평범한 지뢰찾기 게임입니다만

메뉴에서 Maximum을 선택하게 되면 화면해상도 최대의 지뢰찾기판으로 변경이 됩니다.

(글을 다 쓰고 난후 20장 초과가 되어 프로그램 외형에 해당하는 스샷 두장을 삭제했더니 이쪽부분이 매끄럽지 않네요)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화면만 클 뿐이지 끈기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을꺼라고 얕보게 되었습니다.

(이후의 화면은 보기 편하시도록 사이즈를 축소하여 올립니다)


[1024 x 768 해상도를 꽉 채운 풀사이즈 지뢰판]




.. 이때까지만 해도 이 모드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것이 지옥행을 택한 것이라는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식으로 몇번 하다 막혀서 죽다가 실수로 죽다가의 반복이었지요..

오른쪽 시계 999를 보시면 알듯이 한판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1024모드에서 몇번 죽자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때가 새벽이라 그 다음날 몇판 했는데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오기가 생겨서 아예 1600 x 1200으로 놓고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윈도우즈에 내장된 기본 지뢰찾기 고급난이도는 한정된 크기에 99개의 지뢰를 찾게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Csweeper에서는 그 해상도에 꽉 차는 최대 크기에, 전체 칸수의 20%가 지뢰로 할당됩니다.

찾아야할 지뢰 갯수는

윈도우 내장 지뢰찾기의 고급난이도 : 99개

1024 x 768 : 508개

1152 x 864 : 658개

1280 x 960 : 826개

1600 x 1200 : 131?개 (뒷자리 짤려서 표시안됨)

1024 x 768 자체도 윈도우 지뢰찾기보다 5배 이상 많은 지뢰를 찾아야 하는데 이걸 1600 x 1200해상도로 늘렸던 것입니다.

그렇게 많이 커지지 않았다고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찾아야 하는 지뢰의 수는 2.5배 이상이 되어버립니다.

윈도우 내장 지뢰찾기 고급과 비교하면 13배 이상의 지뢰를 헤쳐 나가야 합니다.






그 후의 인생은 지뢰찾기와의 전쟁이었습니다.

24시간동안 내내 필사적으로 지뢰만 찾았다는건 아니고,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부터 새벽정도까지는

틈날때마다 미친듯이 지뢰를 찾았습니다. 꾸준히 하던 디아 따위는 깨끗이 잊어버렸습니다 ㅡ,.ㅡ





그 과정은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동안 눈에 딱 보이는 거 바로바로 체크해하며 깨 나가는 단순한 게임인줄만 알았던 지뢰찾기가

의외로 상당히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게임으로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숫자의 위치에 연계된 지뢰의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이쪽 숫자에 연계된 지뢰의 분포를 추측하는 비교적 간단한 일에서부터

나중에 언급할 시뮬레이터를 직접 제작해서 돌리지 않고는 영 찝찝하고 헷갈리는 상황까지..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제가 결국 못찾은것일수도 있습니다만)





그동안 찍어야 하는줄만 알았던 모양들이 의외로 거의 대부분이 풀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물론 무조건 찍어야만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그리고 또 어려운점은, 지뢰찾기 게임은 절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시간가량 게임을 해 나가더라도 실수로 한번 잘못 클릭해버리면 바로 죽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물론 세이브기능 없습니다. 제가 죽은 대부분의 경우 역시 순간적으로 모양을 잘못 보고 깃발꽂고 동시클릭하다 죽은 착오였습니다.





한번 죽으면 엄청난 허탈감과 좌절감과 분노가 몰려옵니다. 디아블로 하드코어하다 죽은건 저리 가라입니다 ㅡ,.ㅡ






어떤 게임에서건 절대 죽으면 안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신중함이 요구됩니다.

이렇게 죽은 하나 하나의 게임은 계속 신중하게 하다가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죽은 겁니다.

한게임 한게임에 많은 정성을 쏟았기 때문에 이렇게 죽어서 전시하고 있는 이 스샷들 거의 다 기억납니다 ㅡ,.ㅡ

또한, 정성들여 하다 한번 죽게되면 집중력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기때문에 결국 연쇄적으로 마구 죽게 됩니다.





500정도 남기고 죽었을 시점의 스샷들만 올려서 그렇지 실제로는 정말 수도 없이 죽었습니다.

1200대에서 죽은적도 많고 1100대, 1000대, 900대, 800대.. 각각의 지점 근처에서 모두 수도 없이 죽었습니다.

수많은 밤을 지뢰와 같이 보냈으나 계속 죽기만 하자 정말 오기가 생겨서

결말을 보지 않고는 도저히 분해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성격 자체도 꼼꼼하진 못하기 때문에 풀다 풀다 못풀어서 찍어서 죽기보단

거의 대부분을 조심성 부족으로 인한 실수로 계속 죽었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몽고족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팔만대장경을 새긴다는 기분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지뢰 한개 찾고 한번 절하고.. 지뢰 한개 찾고 한번 절하고..

그러나 불성이 부족한 탓인지 그래도 한순간 삐끗으로 또 죽었습니다 -_-;;

이렇게 정성들이다 죽으니 의욕까지 사라지더군요.





제대 직전 말년병장인 친구가 1주일간 군대 들어갔다 나올일이 생겼습니다.

친구가 자기 돌아올때까지 다 깨서 캡쳐를 보여달라더군요.

저는 하루만에 깨서 캡쳐를 하고 프린트를 해서 군대에 우편으로 보내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친구가 다시 나올때까지도 결국 끝까지 깰 수 없었습니다.

저의 돌머리와 부족한 조심성이 정말 저주스러웠습니다.





1310개의 지뢰를 찾아야 하는데 100 개 남겨놓고 죽었을때의 기분은 정말 형용할수 없을정도로 암담합니다.

그러나 이 암담함이 무감각으로 승화될때까지 또하고 또했습니다.

그 오랜기간동안 100대에서 죽은 적은 많은데 그 오랜 기간동안 하면서 두자리수까지 가본적조차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쯤 되니 지뢰찾기로 책 한권 써도 될만큼 지뢰찾기에 능통해졌습니다.

그냥 생각없이 느낌으로만 클릭해도 거의 죽지 않을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ㅡ,.ㅡ

그러나 순간 딱 한번 발생해서 모든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삑사리만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실력으로 죽는게 아니라 대부분 삑사리로 죽다보니 너무 괴로웠습니다. (물론 삑사리 나는것도 실력탓이겠지만요)





위의 스샷이 제가 가장 많이 갔던 부분입니다. 103개.. 결국 세자리수의 벽을 깨지 못하고 좌절하는가..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가 다시 민간인으로 휴가나온지 하루 후쯤 되었을 때,

지뢰찾기 게임에 미친듯이 매달린지 거의 10일쯤 되었을 무렵에 저는 드디어 두자리수 진입(82개)에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지뢰 배치도 상당히 어려운 편인 판(지뢰가 빈공간을 칠해주며 쓩쓩 뚫리지 않고 계속 숫자의 벽에 막히고.. 막히고..)

이었기 때문에 매우 고생고생해서 온터라 이때의 기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정말 조심스럽게 진행해서 21개 남긴 지점까지 왔을때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지뢰 배치가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제 친구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이거 찍어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식으로 난감해 하더군요.





경계선 부근에 짤린 블럭들이 있어서 모양 전체가 나오지 않아서 저그림으로 풀수 없으니 푸실 필요 없지만

대충 저런 형태였습니다.

저중 맨 오른쪽은 쉬워서 해결 했는데 왼쪽과 중간이 정말 피를 말리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지뢰찾기 하면서 머릿속에서 내내 떠나지 않던

"씨바.. 그냥 프로그램으로 돌려서 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현실화 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적당히 경계를 짤라서 경계선 넘어서 체크 안된 지뢰값을 보정해준 데이터를 넣으면

프로그램이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찾게끔 하는게 프로그램의 목적이었습니다.

10일간 하면서 머릿속에서 프로그램 로직의 구상은 되어있었으므로 C언어로 코딩하는데는

머리 맑은 아침 시간의 1시간 조금 넘는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물론 짧은시간에 대충 만든 시뮬레이터인만큼 유치한 로직과 좁은 확장성을 가진 형편없는 프로그램이지만

저 부분을 해결해주는 데엔 더없이 귀중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저 부분을 입력하여 돌려보니 왼쪽부분은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가 20개, 가운데 부분은 8개가 나왔습니다.

경우의 수가 저렇게 많아서 결국은 찍어야 하나.. 했지만

출력결과에서 모든 경우의수에 겹치는 해는 확실한 지뢰였기 때문에 이걸 토대로 지뢰를 다 해체할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후에 남은 두개의 지뢰가 찍는 지뢰였습니다 -_-;;

50%의 확률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갈려있었습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분노로 치를 떨며 찍었습니다. 결과는..











성공 (⌒▽⌒)/

그동안 고생한 결과를 하늘이 이해해 줬나봅니다 ㅡ,.ㅡ

이로써 10일간의 지뢰찾기 고생은 끝났습니다. 그동안 해체한 지뢰만 해도 10만개가 넘을듯 하군요.

아무튼 결국 성공해서 다행이고 이젠 다시 디아나 해야겠네요.

저 파일을 보내준 그녀는 정작 이틀만에 1024x768 맥시멈을 깨고 손도 안대고 있었는데 저만 혼자 10일을 고생한 ㅡ,.ㅡ;;

아무튼 긴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용 ♡



p.s.

10일간 너무 고생해서 했기 때문에 "지뢰찾기 이렇게 이렇게 하면 난 쉽던데.." 라는 식의 전형적 딴지는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물론 머리 좋으신 분들한텐 훨씬 쉽겠고 하루만에 쉽게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한텐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고,

지금 상황에서 그런 딴지에서 나오는 좌절감은 겪고 싶지 않습니다.

p.s.2

이미지를 png로 하면 깨끗하긴 한데 1600x1200사이즈에서 200KB 안쪽인데 800x600으로 사이즈를 줄이고 png로 만들면

비손실압축의 특성때문에 이미지가 800KB가 되어버리는 기현상이.. 그래서 중간부분의 그림파일들은 jpg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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