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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 댓글개 · potatochip

할머니


토요일 오후였다

우리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을 내려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지하철 계단 앞에서 한 할머니가 터진 쇼핑백을 잡고 멍하니 서 계셨다

자세히 보니까 바닥에는 반찬통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엇 저 할머니 쇼핑백 터졌나보다!"

우리는 착한-_-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달려가서 나뒹구는 짐들을 줏어드렸고.

절범이는 거금 1500원을 들여서 쇼핑백을 사와 담아드렸다.

"에그... 고마워..."

"할머니 김치국물들이 다 흘러서 어케요...?"

"괜찮아.. 아무튼 학상들 고마워.."

할머니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 계셨다.

"할머니, 댁이 어디세요? 같은 방향까지만 들어드릴게요."

"에이, 아니야."

"아니에요 들어드릴게요"

"아냐 됐어... 혼자 가도 돼."

"아니에요 우리 힘 쎄요~"

우리는 한사코 사양하는 할머니에게 부득부득 짐을 뺏어들고 길을 걸었다.

"저, 저희는 이쪽으로 가는데..."

"응 그래 그래, 줘.. 고마웠어 학상들..."

"아..아니에요 댁까지 들어드릴게요"

"아휴 안그래도 되는데 참..."

우리는 차마 그 많은 짐을 다 들고가게 할순 없어서

마저 다 들어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이 근처인거 같으니...

그러나 할머니의 낌새가 약간 이상한거 같았다.

골목길을 꼬불꼬불 돌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저, 할머니.. 같은 길만 세바퀴짼거 같은데..."

"아..아냐, 이렇게 가는 길이 맞아."

"..."

할머니는 이상하게 주위를 살피며 골목 구석구석 들어가며...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듯 주위를 살폈다.

우리는 무서웠다.

할머니가 낀 인신매매가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아까 양갈래길에서 그냥 집으로 갈걸..이라는 생각을했다 ㅠㅠ

"저, 할머니.... 얼마나 더 가야 댁이 나오세요...?"

"다..다왔어..."

할머니는 허름한 대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 쪽방이었다.

할머니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며 우리들에게 말했다

"그 짐들좀 저 구석에 놓아주면 안될까...?"

우리는 난감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의 눈빛은 이상하게 빛났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니에요. 그냥 여기에 놓고 갈게요."

우리는 단호하게 말하고 뒤돌아 나가려고 했다.

누군가가 후다닥 들어와서 그 지하방에 가둘것 같았기 때문이다.

"학상..!"

"꺅! 왜 이러세요!"

뒤돌아 가려는 우리의 손을 덥석 잡은 할머니..!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그 손을 뿌리치며 뒷걸음질 쳤다.

"그..그러면 잠깐 기다려..."

할머니는 방에 들어가 무언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쩌지..?

흉기를 들고오는건 아닐까?

그냥 도망칠까?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그러나 할머니가 우리에게 내민것은.

다 말라비틀어진 삶은 고구마였다.

"학상들.. 여기까지 들어줘서 고마워... 먹을게 이것밖에 없네..."

"...?"

"에휴. 늙으면 죽어야지.. 내가 요새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집을 잘 못찾아.."

그랬다.

할머니는 치매끼가 있으신것이었다.

그래서 집을 못 찾으신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우리는 불쌍한 할머니를 의심했다 ㅠㅠ

"음료수라도 사먹으라고 돈 주고 싶은데.. 돈이 없네..

아들도 어려워서... 자, 이거라도 먹어."

할머니는 당신이 내민 삶은고구마가 창피한듯 얼굴을 붉히고 계셨다..

얼마나 우리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으셨으면...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그 말라 비틀어진 삶은고구마를

그 자리에서 아주 맛잇게 먹었다...

"우와~! 할머니 되게 맛있어요~더 주세요~ ^0^"

할머니의 표정은 이내 흡족하신듯 밝게 웃으셨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 사세요~

그리고 그 고구마.. 빈말이 아니고 정말 맛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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