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재, 이길환 그들을 추억하며..
언더핸드투수가 페널티 감소 패치의 된서리를 맞기 이전,
무브먼트라는 개념이 아직 마구마구에 도입되기 이전.
그리고 MLB가 아직 마구마구를 점령하기 이전,
그때도 잡올은 있었고 그 잡올에서 당당히 1선발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96 성영재와 83 이길환.
2.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의 전성기
과거 사이드, 언더, 좌완 페널티 감소 패치가 있기 전까지
사이드와 언더가 우타에 대해, 좌투가 좌타에 대해 갖는 이점은 5%였다.
5%
상상이 가는가.
파워 80인 선수가 5% 페널티를 받는다. 얼마가 깎이겠는가? 무려 4다.
그깟 4? 이렇게 생각해보자.
4가 깎이므로써 언더를 상대하는 타올의 우타 파워타자들은 타올 보너스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컨택의 경우는 타올이 +1이니 오히려 3이 깎이고 들어가게 된다.
좌완이 좌타에 대해 갖는 이익도 같았으나, 엘올 등의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는 우타가 훨씬 많았다.
마구마구에선 소수점을 따지지 않는다. 따라서 파워/컨택 60~79의 타자는 -3, 80 이상인 타자는 4의 페널티를 받게 된다.
최강 셋덱의 하나로 꼽히던 91해태의 최대 약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좌타 부재.
당시 플레이어들은 상대가 해태/타올 등이라면 무조건 언더를 꺼냈다.
심지어 같은 타올끼리도 이강철을 꺼내는 것이 예사가 되었다. 삼올에서는 항상 박충식이 나왔다.
우완 오버핸드 선발투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힘들었다. 선발투수는 거의 무조건 옆구리 아니면 좌완이었다.
그만큼 옆구리 투수의 효과는 정말 끝내줬다.
그리고, 이런 언더투수들의 강세 속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언더핸드 투수가 두 명 있었다.
3. 마구마구 최고의 낚시꾼, 96 성영재.
96 성영재 - 체력91/제구90/R패60/슬커60/슬라60/포크63
허접해 보인다고? 충분히 그럴것이다. 스페셜 능력치가 이모양이라니.
그러나 당시는 이게 통했던 시대이다. 1mm 빠지고 들어오는 낚시와 수싸움이 통하던 시기.
레어투수를 쓰는 사람이 없던 시기. 선발에 레어투자는 사치라는 생각이 주류였던 시기.
무엇보다 9회 내내 톡샷을 써도 통하던 시기.
오히려 성영재의 최대 장점은 모든 구질 능력치가 하라는 것이었다.
성영재는 쌍올에서는 물론 잡올에서도 높은 제구력과 마구를 바탕으로 1선발을 차지했다.
마구. 그래 마구다. 그의 포크는.
성영재의 슬커를 제외한 세가지 구질은 공이 타격존에 오기까지 구별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순전히 구질 능력치가 너무 낮아서였다. 게다가 포크의 경우 공이 타격존에 다와서 1mm떨어진다.
특히 상단을 노리고 슬라, 포크의 이지선다를 요구하는 그의 구질은 사악하기 이를데 없었다.
볼인줄 알고 기다렸던 타자들은 번번히 스트라익존으로 기어들어오는 공을 멀뚱히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들어오는줄 알고 휘두르면 야속하게도 공은 그대로 우측으로 그냥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
수싸움을 잘하는 투수에게 무속에 체력좋고 제구좋은 성영재는 완벽에 가까운 낚시꾼이었다.
4. 마구 중의 마구인 언더 V투심, 83 이길환.
83 이길환 - 체력91/제구84/포심73/슬커73/슬라65/V투74
역시 선발로 쓰기 허접해 보일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길환을 상대해본 사람이라면 감히 그렇게 말하지 못하리라.
지금도 V투는 여전히 치기 힘든 구종중 하나다. 그런데 이길환은 특별했다.
KBO에서 그다지 많이 볼수 없었던 V투심을 장착했고, 게다가 언더핸드 투수였던 것.
우타자가 겪는 페널티도 뼈아픈데 거기에 언더 V투심은 완전 마구였다.
특히 비가 온다면 그의 V투심은 더욱더 무서워졌다.
80년대 투수답게 빼어난 체력, 희귀구종이었던 언더 V투심. 그는 성영재보다도 잡올에서 많이 쓰이던 카드다.
당시 상대가 잡올이라면 투수는 70% 이상 이길환이라고 보면 맞았다. 그만큼 그의 존재는 두려웠다.
5. 그들의 현실
무브먼트 개념이 도입되면서 스페 투수들은 설자리가 줄어들었고,
언더/사이드 페널티 감소 패치가 이루어지며 언더투수들의 전성기는 무너져갔고,
MLB가 새로 들어오면서 KBO 투수 자체의 존재가 약해졌다.
스페셜이자 언더투수이자 KBO 선수였던 이 두 선수에게 현실은 더욱 가혹해졌다.
잡올의 선발은 레어가 차지했고 같은 스페셜이라도 꼬부랑 이름을 가진 백인과 흑인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수싸움은 여전히 중요했지만 그것만으론 먹고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강력한 결정구가 없는 투수들은 도태되었다. 그나마 언더 V투심으로 버티던 이길환도 이젠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쌍올에서나 가끔 볼수있는 성영재는 쌍올 자체를 보기 힘들어진 요즘 한때 잡올의 1선발이었던 추억으로만 남았다.
화려한 배경의 레어와 그들의 강력한 구질이 대세가 된 지금, 우리가 그들을 다시 꺼내게 될 일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느림의 미학과 포크/V투심의 결정구로 잡올의 1선발을 당당히 맡았던 그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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